혜능 스님은 중국 최남부인 영남 신주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은 후 소년 시절부터 나무 장사를 해서 늙은 어머니를 봉양했다.
어느 날 시장으로 나무를 팔러 가다가 탁발승의 독경 소리를 듣던 중
‘응당히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應無所住而生其心)’
라는 구절에 마음이 끌렸다.
스님에게 이 독경의 출처를 물으니 <금강경>이라 하자,
경을 듣고 느낀 심경을 이야기하며 <금강경> 배우기를 간청했다.
그러자 탁발승은 젊은이의 발심을 기특하게 생각하여 금 열 냥을 주고
노모를 봉양하게 도와주면서 황매산 오조(五祖) 홍인대사(弘忍大師)를
찾아가라고 소개해주었다.
젊은이는 어머니를 편히 모신 뒤, 오조 홍인대사를 찾아가 예배하니 그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러 왔는가?”
“저는 영남 신주에서 오직 깨달음의 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영남은 오랑캐의 땅인데 그곳 출신이 어찌 부처가 될 수 있는가?”
“사람은 남쪽, 북쪽이 있지만 불佛性)에야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흥인대사는 그가 비범한 큰 그릇임을 알아챘지만
다른 학인들의 눈치를 염려해 큰소리로 꾸짖은 후
방앗간에 가서 일을 하라고 내몰았다.
8개월이 지난 후 홍인대사는 방앗간을 둘러보다가 힘이 부족하여
돌을 등에 지고 열심히 방아를 찧는 젊은 행자를 보고 말씀하셨다.
“혹 나쁜 사람들이 너를 해칠까 염려하여 더 말하지 않은 것인데, 네가 그 뜻을 알았느냐?”
“예. 저도 스님의 뜻을 짐작하였습니다.”
어느 날 흥인대사는 문하대중을 모아놓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대중은 들으라. 세속의 사람들에게는 생사가 큰일인데, 너희는 복이나
구할 뿐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진리는 구하지 않는구나.
너희의 본심을 게송으로 표현해 가져오라. 만일 진리를 깨달았다면
그 사람에게 초조 달마대사 이래의 가사와 발우,
그리고 법(진리)을 전하여 육대 조사를 삼겠노라.”
당시의 대중들 사이에서 오조의 법을 이어받아 육조가 될 것이라고
지목받고 있던 신수대사(神秀大師)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어
대중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벽 위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붙여두었다.
身是菩提樹 육체는 지혜의 나무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으니
時時動拂拭 항상 부지런히 털고 닦아
勿使惹塵埃 티끌 먼지 묻지 않게 하라
이 게송을 본 홍인대사는 그가 아직 진리를 깨닫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이 게송을 따라 수행하라고 일렀다.
여전히 방아를 찧고 있던 젊은 행자는 어느 사미승이 외우는
신수대사의 게송을 듣고서 다른 동자에게 부탁하여 자기가 부르는 게송을
신수대사의 게송 옆에 써달라고 했다.
菩提本無樹 지혜는 본래 나무가 없고
明鏡亦非 밝은 거울 또한 대가 없노라
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
何處塵擬埃 어느 곳에 티끌이 일어나리
이 게송을 본 대중은 놀라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알 순 없으며, 육신보살을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며 수군댔다.
홍인대사는 행자의 게송을 보시고 다음 날 방앗간에 가셨다.
행자는 허리에 돌을 단 채 여전히 방아를 찧고 있었다.
“쌀을 얼마나 찧었느냐?”
“쌀을 찧은 지 오래되었으나 키질을 아직 못했나이다.”
이 말을 들은 홍인대사는 지팡이로 방아를 세 번 내리치고 돌아가셨다.
그 뜻을 알아챈 행자는 삼경에 그를 찾아갔더니 홍인대사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제6대조가 되었다. 잘 보호하고 지켜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라.”
무명의 나무 장수였던 행자는 출가한 지 8개월 만에 초조 달마대사의 정법상승인
의발과 법을 오조 홍인대사에게 전수받아 육조 혜능대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