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산 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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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이야기

월출산 상견성암

 


범종 스님은 도갑사에 내려 와 있었다. 상견성암에 있으면 잘 내려오지 않는데 어제가 생모 49재였다고 한다. 출가를 하더라도 속세의 인연은 쉽게 끊을 수 없는가보다. 내 좁은 소견으로 대해 같은 스님의 맘을 헤아릴 수 있을까? 어머니의 사십구재! 결코 편안하지 못 했을텐데... 내 앞의 스님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같이 토굴로 올라가자고 한다.

영암 월출산 도갑사에서 대밭 길을 지나 50여분 산을 올라가면 정상 바로 아래에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토굴이 나온다. 바로 천년을 이어 내려온 수행터인 상견성암이다. 토굴 앞 큰 바위에는 천봉용수 만령쟁호 (千峰龍秀 萬嶺爭虎) 란 글이 새겨져 있다. 천개의 봉우리 마치 빼어남을 자랑하는 용들과 같고 만개의 계곡 호랑이들이 서로 다투는 듯하다. 그렇다. 암자에서 바라다보는 산자락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는 뭐라 말 할 수 없는 빼어남이 있다.



 그 너른 산자락에 달이라도 뜨면 넋이라도 빠져 버릴 듯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마장(魔障)이 될 듯하다. 이 도량에 도대체 어떠한 신령스러운 기운이 머물러 용과 호랑이의 다툼에도 흔들리지 않고 천년을 두고 수행터를 지켜 올 수 있었을까? 원래 월출산에는 하견성암, 중견성암, 상견성암 이렇게 세 곳의 견성암이 있었는데 하, 중견성암은 이제 흔적만 남아 세월의 무상함만 되새기게 하고 오직 상견성암만이 오늘을 지키고 있다.

난 가끔씩 스님이 암자를 닮아 가는지 아니면 암자가 스님을 닮는지 혼자 별스런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상견성암에 사는 범종스님은 티끌도 허용치 않는 수행자의 기상이 있다. 그렇지만 충청도 사투리의 구수함과 '스님! 홍시 하나 드셔요! 그럭 저럭 먹을만 혀유!' 권하는 모습에 보살의 따듯함이 함께 녹아 있다. 누구는 수줍은 소년 같다고 하지만 스님의 처소를 보면 그 속에 칼 같은 수행의 향기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잘 쌓아올린 장작에 불때는 방임에도 불구하고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종이 장판, 쌀과 김치만 져서 나르고 텃밭에 심은 무를 간식삼아 처음에는 하루 6시간, 다음에는 4시간 지금은 홀로 철야 정진을 밥 먹듯이 한다는 스님이다.

스님은 맘껏 수행을 해 보고 싶다는 욕심에 주변의 여러 유혹을 물리치고 좋은 도량에서 공부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발원을 했었다고 한다. 원래 상견성암은 예로부터 수행을 오래 한 구참스님들이 살던 도량이었는데 도갑사 주지스님이자 사형이신 월우스님의 배려로 13년 법랍에도 불구하고 상견성암에 살게 됐다. 뜻하지 않은 과분한 인연이 도래했다 싶어 3년간은 이 도량에서 정말 절절하게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2달동안 스님이 첫 방문객이에유' 하면서 젊은 스님답게 디카를 들고 내 사진을 찍는다. 스님은 이 토굴에 온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긴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반겨하지도 않는다. 도반들의 도움으로 필요한 물품이나 약은 챙기고 한번 암자에 오르면 사람들이 그립지도 않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별로 내려 가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견성암에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스님이 함부로 이 암자에서 살다가 저녁에 짐을 싸서 도망치듯 도갑사로 내려왔다고 한다. 한 밤중에 천둥과 벼락이 치는데 자고 있다가 갑자기 몸이 붕 떠서 마당까지 내동댕이쳐지더라는 것이다. 무서워서 바로 그 자리에서 짐을 싸서 내려왔다고 하는데 사람들간에는 벼락 맞았다 혹은 함부로 살다가 신장(神將)을 맞았다고 말이 많았었다고 한다. 범종스님도 이곳에 살면서 신령스러운 기운을 많이 느껴서 늘 행동을 조심한다고 한다. 사람도 찾지 않는 암자에 늘 참선하고 공양도 흰밥에 김치조각, 그리고 텃밭에 나는 채소로 끼니를 때우면서 뭘 조심하냐고 할 지 모르지만 방일과 나태는 그런 해이함에서 오는 것을 잘 아는 나로서는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다. 

범종스님은 이제 6개월 이곳에 살면서 몸이 좋아지고 마음과 정신도 많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스님 저도 스님처럼 이렇게 수행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했더니 범종스님이 하는 말 '아닙니다. 스님이 대단한 일을 하시는 거죠. 포교하면서 사는 스님들이 정말 하심보살이죠.' 하며 수줍어 한다. 그럴듯한 찻상도 없이 오래된 수건을 깔고 소박하게 차를 한잔 나누고 내려가는 길에 월출산 흰 구름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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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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