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는 동백숲과 차(茶)로 유명하지만 오래된 백일홍 또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찰 안의 만경루, 응진전, 삼성각 앞에 각기 한 그루씩 서 있는데...
특히 만경루 앞에 있는 백일홍은 그 자태가 아름답고 여느 백일홍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가 커서 많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백련사 찻집에 앉으면 이 백일홍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백련결사의 깊은 유래를 떠올리면서 스님들이 마셨던 차를 마시며 이 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그 아름다움에 끌리게 됩니다. 이 백일홍은 자태가 고혹적이고 꽃이 유난히 붉어서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한국의 유수한 시인들은 백일홍의 매끄럽고 하얀 나뭇결을 빗대어 ‘여인의 살결’이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이 나무를 ‘간지랍밥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백일홍의 나무 껍질을 살살 문지르면 마치 간지럼을 타듯 나무가 흔들린다고 해서 얻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나무에는 힘겹게 살아온 지역 사람들의 인고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백일홍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백 일 동안 피었다 졌다를 반복합니다. 세 번가량 피고 지는데, 가난한 이들로서는 보릿고개를 넘긴 후 꽃의 끝물을 기다려야만 수확철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백일홍이 세 번 피면 쌀밥을 먹는다’는 말은 이런 데서 유래한 것으로, 백일홍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기다림의 나무였습니다.
만경루나 찻집에 앉아서 보면 백일홍을 가로질러 구강포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내륙 깊숙이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있는 구강포는 바다라기보다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장흥 천관산이 정면으로 보이며, 바다 가운데에는 ‘대섬(竹島)’이라는 작은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백일홍 너머 바다를 찬찬히 관찰하노라면...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가운데 진한 개펄과 하얀 물결의 출렁임이 고혹적으로 나타났다가사라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습니다.